티스토리 뷰

보그(VOGUE) 2014년 9월호 with 육성재, 오정세

- 아홉수 소년


Making Film







인터뷰 원문은 이 곳에.

( http://www.vogue.co.kr/2014/08/29/%EC%95%84%ED%99%89%EC%88%98-%EC%86%8C%EB%85%84%EC%9D%98-%EC%98%A4%EC%A0%95%EC%84%B8-%EA%B9%80%EC%98%81%EA%B4%91-%EA%B7%B8%EB%A6%AC%EA%B3%A0-%EC%9C%A1%EC%84%B1%EC%9E%AC/ )



<아홉수 소년>의 오정세, 김영광 그리고 육성재


아홉수 돌부리에 걸렸다.

tvN 드라마 <아홉수 소년>은 아홉수에 빠져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오정세, 김영광, 육성재가 10년마다 찾아오는 이 불운의 고개를 타고 넘는다.

19, 29, 39의 고비 앞에서 스스로를 가다듬는 세 남자는 서로 다른 나이만큼 에너지의 색깔도 다르다.


무한 확장의 스물아홉 김영광


김영광은 꽤 괜찮은 텍스트다. 모델에서 배우로, 그리고 작품 하나하나 쌓아가며 만들어내는 필모그래피가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한 배우의 그럴싸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PD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데뷔한 그는 청춘의 좌충우돌(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 <총각네 야채가게>)을 지났고, 짙은 사랑(드라마 <사랑비>)을 거쳤으며, 이후엔 결혼도 고민했다(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지난해엔 드라마 <굿 닥터>에서 어엿한 의사가 되어 수술을 집도했다. 6년간의 탄탄한 성장담이다. 그리고 김영광은 이제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지난해 말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던 그는 6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아홉수 소년>은 그의 복귀작이다.

“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작품 같았어요. 계속 일을 하다가 군인 신분이라 잠시 쉬고 있으니 정말 심심했거든요. 사람은 역시 뭔가 해야 할 게 있어야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군복을 벗고 처음으로 임하는 작품이니 당연히 부담도 있다. 게다가 그가 연기하는 건 직장에선 탄탄대로지만 연애에선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는 위기의 남자 강진구다. 아마도 지금 이 시점은 김영광이란 드라마의 기승전결 중 떨리는 ‘전’ 정도일 것이다.


<아홉수 소년> 속 강진구는 ‘썸’에는 능하지만 연애엔 ‘젬병’인 남자다. 여자 마음 읽기라면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그인데 유독 한 여자 앞에서만 우물쭈물한다. 그래서 배우 김영광이 애를 먹는다. 

“전체적으로 유들유들하고 내추럴한 건 닮았는데 그거 빼고는 다 달라요. 저는 여자한테 정말 힘들어해요. 좀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는 타입이죠. 가령 ‘내가 김영광인데’ 이러면서 ‘가오’ 잡고 싶어도 막상 하지는 못해요.” 

여행사 기획팀에 근무한다는 극 중 설정도 쉽지는 않다.

 “일반 회사 안의 시스템이나 룰 같은 걸 모르다 보니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에요. TV나 영화 속 장면들을 참조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본래 내가 아닌 남을 연기하는 게 배우다. 김영광 역시 강진구란 캐릭터가 가진 허들을 그냥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사실 아홉수 같은 거 믿지 않아요. 들어본 적도 거의 없어요. 아마 저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서 종종 얘기하셨겠죠.” 그래서 그는 시간, 성장, 이런 것에도 태연하다. 스스로 배우로서 얼마나 자랐는지, 얼마나 어른이 됐는지 의식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편이에요. 체크하지 않아요. 그래야 어릴 적 순수한 감성 같은 걸 계속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어릴 때는 그냥 길을 지나가다가도 ‘와, 나무다’ 이러며 좋아하잖아요. 근데 이제는 그냥 ‘어, 나무네’, 혹은 나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요. 어릴 때의 행복한 감성 같은 걸 잃고 싶지 않아요. 철없는 말일 수 있는데 어쨌든 빨리 늙고 싶진 않은 거죠.” 

내년이 아홉수인 김영광이지만 역시나 별 의미 없는 숫자다. 여전히 그는 거리의 나무들이 좋고 해피한 남자다. 


김영광은 꿈에 대한 이야길 했다. 만화와 영화를 많이 보는 탓에 희한한 꿈을 많이 꾼다고 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만화방 주인이었다. “이상한 가상 세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꿈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어른이 되면 꿈도 시시해지게 마련. 기상천외한 별난 꿈 대신, 나이가 들면 꿈속에서도 출근 중이거나 일을 하고 있다. 그건 세상의 룰, 자기만의 규칙 속에 스스로를 가두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김영광은 최대한 자신을 열어두려 한다.


아홉수가 걸린 29세이든, 그 전초전인 28세이든 타고난 성정 그대로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역할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트로이> 속 브래드 피트처럼 거친 남자,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속 하비에르 바르뎀의 능글맞음, <허> 속 호아킨 피닉스의 혼잣말로 연애하는 연기 모두가 탐나는 그다. “얼마 전에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면서는 저 벨보이 딱 한 번만 해봤으면 좋겠다 싶었어요.(웃음) 아주 재밌을 것 같았고, 꽉 짜여진 비주얼 속에서 제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죠.” 6년 전 <그들이 사는 세상> 현장에선 윤여정의 눈빛만으로도 긴장했던 그다. 이 정도면 괄목할 만한 진전 아닐까. 그렇게 그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꿈꾸듯 욕심내고 만화의 상상력을 탐닉하며 사는 김영광이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