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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텐(CAMPUS 10) 2012년 12월호


Making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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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SHOT




인터뷰 원문은 이 곳에. (http://www.campus10.co.kr/archives/480)



김영광은 요즘, 여태껏 연기했던 것 중 가장 ‘나쁜 남자’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우리가 결혼했을까>에서 그가 연기하는 ‘공기중’은 쿨하다 못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하다. 보호받고 싶어하는 여자에게 “늙고 약한 여잔 재미없다”고 말하고, 헤어진 후 잡아주길 바라며 찾아온 여자에게 “너 지금 간 보러 온 거야. 내가 잡아주길 바라지?”라고 말하면서도 끝내 붙잡지 않는다. 게다가 5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그는 조건에 맞춰 선을 본 여자와 곧 약혼을 한다. “문득 결혼을 생각할 때는 있죠. 제가 애들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저희 드라마가 굉장히 현실적인데, 보다 보면 오히려 ‘결혼 너무 힘든데? 이게 진짜라면 안 하고 싶은데?’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는 과정도 그렇고, 하고 나서도 그렇고. 연기하면서도 매번 느껴요. 와, 이거 진짜 피 터지겠구나.”스물여섯 살. 결혼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아주 멀지도 않다. 과묵하고 진중해 보이는 표정의 김영광이 신중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남자 그리고 꿈에 대해.


오늘 화보 콘셉트는 미스터리한 공간의 정치인이었어요. 정치나 사회 문제에 평소 관심을 두나요?

요새 가장 큰 이슈가 뭐죠? 야권 통합 얘기가 자주 나와서 뉴스를 좀 챙겨 보긴 했는데, 아직 관심이 많지 않아서 사실 자세히는 몰라요.


언론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면을 드러내기 힘들잖아요.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편인가요?

괜찮은 척하는 편인데, 주위에서는 티가 난다고들 해요. 여러 가지 면에서 티가 나나 봐요. 혼자 고생하는 거면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겠죠. 근데 전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고, 제가 짜증 난다고 해서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막 대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어쩌면 그렇게 신중한 사람이 더 남자다운지도 모르죠. 오늘 인터뷰 주제가 ‘남자’인데,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멋진 말을 하거나 근사한 행동을 하는 사람 보면서 남자답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기준을 정해두진 않았어요. 근데 돌이켜보면 성격이 불같은 사람보다는 진득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대처하는 사람이 참 멋있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들 하죠.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남자로 통해요?

음… 두 가지 스타일이에요. 고등학교 친구들에겐 정말 격 없이 마음대로 하는 편이거든요. 친구들도 ‘쟨 원래 저랬으니까’ 하고 가만 놔둬요.(웃음) 근데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한테는 아무래도 조심하는 편이죠.


데뷔 7년 차죠? 열아홉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했으면 그때부터 알아온 사람이 많을 텐데요.

그래도 진짜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 웬만하면 예의는 갖추는 편이에요.


스무 살이 됐다고 해서, 누구나 다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무래도 차이는 책임감이겠죠. 소년처럼 자유로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제약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모래 주머니를 여러 개 몸에 찬 것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도 뭐든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점점 자유롭지 못한 성격이 되는 것 같네요.


여자들은 자라면서 저 사람처럼 예뻐지고 싶다거나 아름답게 늙고 싶단 생각을 해요.

예전에 모델을 할 때는 저도 화보를 보고 ‘저 사람, 사진에 정말 멋있게 나오는구나’ 하면서 좋아했고, 지금은 연기를 하니까 국내나 해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반하는 거 같아요.


최근에 멋지다고 생각한 배우도 있었나요?

이병헌 선배님이요. 물론 연기를 잘하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는요, 그건 정말, 말로는 설명 못해요. ‘진짜 작품 하나 찍었구나’라고 감탄만 나와요.


술 이야기를 좀 해보죠. 남자들은 술 마시는 법을 꼭 배워야 한다고 하잖아요.

제가 술을 워낙 좋아했어요. 술을 마시려면 끝까지 마시고, 말려면 그냥 말자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적당히 취하고 기분이 좋으면 그걸로 끝이에요. 어떻게 마셔야 남자답고, 어떻게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안 해요. 술자리에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친구와 함께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넌 너 먹을 대로 먹어. 난 나 먹을 대로 먹을게’ 하는 거죠. 강제로 권하거나, 이렇게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건 정말 아니에요.


지금껏 대부분 부유한 집 출신의 남자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것 같아요. 그들의 캐릭터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정해두고 연기했나요?

사실은 제가 맡은 캐릭터를 전부 이해하긴 힘들어요. 워낙 저와는 반대되는 상황이니까요.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들이 부자로 태어나서 사랑만 받고 상처 없이 자라서 더 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부모님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일수록 자기도 그만큼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 같은 게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캐릭터에 대한 초기의 자료는 초반부의 대본과 시놉시스가 전부예요. 처음부터 틀을 만든다기보다는 하면서 만드는 게 더 많죠.


극 중에서 기중은 결혼에 대해 불신이 많은 서른세 살의 남자예요.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저희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공감은 많이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이라는 영역에 제가 아직 포함된 건 아닌 것 같아요. 예쁜 아기들을 보면 ‘나도 결혼해서 저렇게 예쁜 아기 낳고 싶다’, 그냥 이 정도가 다예요. 언제 결혼해서 어떤 집에 살고,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교육해야겠다는 생각까진 안 해봤어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꼭 결혼해야겠다거나 서른 다섯 살을 넘기면 안 된다거나, 그런 것도 없어요?

어머니한테도 선전포고를 이미 했는데, 결혼은 서른다섯 살에서 마흔 살 사이에 할 거 같아요.


손주 보고 싶어하시지 않을까요? 서운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요. 어머니도 제가 생각한 기준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결혼을 너무 늦게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찍 하는 것도 꼭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위치에 오르지 않았을 때, 무턱대고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성숙해 보인다는 말 자주 듣지 않나요? 어렸을 때도 어리광 같은 건 전혀 안 부렸을 것 같아요.

에이. 어렸을 때 저도 투정 많이 부렸어요. 근데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어리광 같은 건 생각도 못했어요. 집안 형편이 안 좋아졌거든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 가고, 아르바이트하고 돌아오면 집에서 쓰러져 자고, 다시 일어나 학교에 갔죠. 투정 부릴 시간도 없었고,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만 많이 했어요. 지금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인가요? 집에서 어떤 아들이에요?

살림살이 좀 나아지게 해야 하는데….(웃음) 글쎄요. 제가 되게 쌀쌀맞아요. 어떻게 보면 외롭게 하는 아들이죠. 제가 독립을 했고, 누나도 나와서 사니까 엄마가 집에서 혼자 계시는 시간이 길거든요. 하루에 한 번씩 통화는 꼭 하는데, 그래도 서운해하실 거예요, 아마.


많이 무뚝뚝한 편인가 봐요.

네. 저 말이 별로 없어요. 근데 저도 좋아하는 이야기 있으면 진짜 말 많이 해요.


주로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요?

음… 인생 이야기요. 뭐랄까, 친구들이랑 ‘난 앞으로 이렇게 되고 싶어, 넌 그렇게 되고 싶니? 그럼 난 이렇게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겠지?’ 같은 거 있잖아요. 한마디로 꿈을 좇는 거죠.


혹시 일기는 안 써요? 5년 후, 10년 후의 계획을 기록으로 남긴다거나.

아니요. 기록은 안 해요. 기록하면 좋을 수도 있겠죠. 근데 나중에 보면 엄청 민망할걸요.


오그라들긴 하겠죠. 그런데 누군가와 계획을 공유하면 그건 그 순간부터 공인되는 거 아닐까요?

일단은 친구들이랑 공유한다는 게 진짜 좋은 거죠. 제가 이야기를 하면 친구가 자기 생각을 말해주는 것도 좋고요. 이상형을 생각했을 때도 마찬가진데, 너무 제 말만 들어주는 것보다 “그렇구나. 근데 내 생각은 이래”라고 하면서 자기 의견을 말해주는 게 좋아요.


꿈 이야기 좀 더 해보죠. 친구들에게 털어놓는다는 꿈은 뭐예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 누나랑 저랑 미술을 배우고 싶어했어요. 근데 학원 다니고 미술 재료를 다 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 관뒀어요. 배우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어느 정도 단계에서는 작가 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근데 지금은 깊게 생각 안 하려고 해요. 생각에 너무 빠져버리면 힘들어지니까요.


지금도 그림 많이 그려요?

2년 전까진요. 주로 스케치를 많이 했어요. 전 좀 애매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벽지 패턴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근데 어느 순간 놓아버렸어요. 하나를 잘하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건드리면 제대로 다 못하잖아요.


좋고 싫음이 아주 분명한 편인가 봐요.

사람들 다 마찬가지 아닐까요? 싫어도 해야 하고, 좋아도 못할 때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말 제가 생각하는 주관에서 벗어나는 일은 죽어도 안 해요. 친구 사이라고 해서 대충 넘어가고 그런 건 절대 없어요. 심지어 전화하다가 욕하고 뚝 끊어버린 적도 있어요.(웃음)


생각이 많은 편 같은데, 꿈도 많이 꿔요?  속설이지만 생각 많은 사람이 꿈도 많이 꾼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요? 꿈을 많이 꾸긴 해요. 어렸을 때는 무서운 꿈을 정말 많이 꿨어요. 어둡고 칙칙한 데다가 귀신이 나오거나 잔인한 꿈이요.


꿈꾸고 나면 피곤하던데, 잠은 제대로 자나요?

아니요. 이젠 하도 많이 꿔서 신경 안 써요. 그냥, 꿈이구나 해버리죠. 요새는 실수하는 꿈을 진짜 많이 꿔요.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다 망하는 꿈이요. 꿈에서 잔뜩 실수하고 당황하다가 ‘나 이제 어떡하지? 나 진짜 끝났다. 아, 근데 꿈인가?’ 이러고 다시 자버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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